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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황전요양원을 다녀와서 감서형 2011-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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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전요양원 감상문

올해부터 토요전일제를 하면서 매주 3주째 토요일에는 반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우리 반이 일 년 동안 가게 될 곳은 황전요양원. 사실 요양원이라는 단어에 그리 친숙한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암울한 곳으로 생각했었다. 산 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마치 소풍 온 듯한 느낌으로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요양원은 너무 깔끔하고 밝은 느낌을 주었다. 선생님께서 요양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짚어 주셨다.

먼저 우리는 청소를 했다. 아직 어린 우리가 그래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청소였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창틀까지 깨끗이 닦았다. 호흡기를 통해 병원균이 가장 쉽게 감염된다는 상식 하에 몸의 저항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셨을 어르신들께 가장 중요한 것은 정갈한 환경일 것 같아 열심히 청소를 하였다. 할머니들이 계신 방에서는 할머니들께서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우리가 좀 더 청소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지만, 무뚝뚝하게 누워 계신 자세로 일관하신 할아버지도 계셨다. 좀 전 선생님께서 낯선 사람들이 오면 인사도 잘 받아주시지 않고 손찌검도 가끔 하신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만나면서 우리 할아버지를 대하듯 진심으로 다가가면 할아버지들께도 우리에게 마음을 여실 것이라 믿으며 할아버지들 방을 더 깨끗이 닦았다.

다음으로 우리가 한 일은 말벗하기였다. 청소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안면을 튼 할머니들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할머니들께서는 우리를 밝게 맞아주시고 자리에 앉아라고 하시더니 우리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말을 계속 걸어주셨다. 우리도 열심히 대답해드리고 무릎이 아프신 할머니께 안마도 계속 해드렸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준비해가야겠다. 계속 성경을 읽고 계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그분은 우리가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마다 따라와 안내해주시고 내가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 한분이랑 대화를 할 때도 계속 도와주셨다. 그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는 계속해서 당신이 숨겨둔 비상금과 신발이 없어졌다고, 이제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말씀을 반복하셨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불편한 몸에 정신도 온전하지 못하신 분, 그렇지만 당신 손주 자랑을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머니의 사랑이란... 할머니들은 당신 손주를 마지막까지도 사랑하시는구나. 숨을 쉬듯 본능적으로 손주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시는구나... 나를 보면 늘 먼저 안아주시는 우리 할머니 얼굴이 그 할머니 얼굴과 겹쳐지며 떠올랐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할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 죄송해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했던 것은 식사보조였다. 숟가락질조차 아예 되지 않으시는 할아버지를 한 선생님께서 돕고 계시는걸 보았다. 당신 스스로의 힘으로 식사도 못하시는 할아버지를 돕고 싶었다. 보조하시는 선생님 동의를 구하고 내가 그 할아버지의 식사를 도와드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말도 아예 않으시고 계속 내가 묻는 물음에 고개만 끄덕거리셨다. “할아버지, 다 드셨어요?” 해도 끄덕. “아직 씹고 계세요?” 해도 끄덕. 체하실까봐 계속 입모양을 보고 한 숟갈 한 숟갈 떠다 드리느라 엄청 힘들었지만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보람이 느껴졌다. “얘는 보조를 정말 확실하게 하네” 센스 만점 선생님의 칭찬 보너스까지!

일요일마다 우리 가족은 ‘사랑부’라는 지체장애 아이들을 위한 예배에서 봉사를 한다. 악기 연주도 하고 각종 활동을 도와주는 보조교사의 역할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을 만큼 아픈 아이들도 있지만 꾸준히 만나 함께 활동하며 몸을 부대끼고 음식을 나누다보니 이제는 가족처럼 친해졌다. 그 친구들 모습이 담긴 액자는 우리 가족사진 액자와 함께 놓여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는 한결 쉬웠다. 하지만 연세 드신 어른들에게 다가가기란 보다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에 상처가지 않게 도와드려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을까... 아이들 보육원은 잘 할 수 있는데... 같이 놀아주면 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 뵈면서 내가 한 것은 정말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분들은 우리를 더 편안하고 기쁘게 해주셨고, 우리가 흘린 땀에 비해 더 큰 선물을 주셨다. 그분들은 우리를 당신 손녀들이 찾아온 것처럼 반겨주셨고 오히려 우리를 배려해 주셨다.
다가오는 여름이면 나를 정말 이뻐해 주시던 외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2년이 된다. 뇌출혈로 쓰러지신 할아버지는 두 달 만에 끝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살아계셔도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몸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하셨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그립다. 내 손으로 밥을 떠 드리고 안마해 드릴 수도 없다. 어린 왕자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 “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예요, 거긴 너무 멀어서 이 몸을 갖고 갈 수 없거든요. 너무 무겁거든요. 낡은 껍질이야 슬플 게 없잖아요...”할아버지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라 생각한다. 황전 요양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내가 다하지 못했던 효도를 하며 그분들이 하늘나라로 가실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봉사란 마중물처럼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내안에 있는 사랑과 감사를 끌어올리는 힘을 주니까... 상처를 치유하듯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치유해주는 연고 같은 봉사 활동! ‘사랑부’ 친구들, 황전 요양원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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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전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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